성인병은 당뇨병, 고혈압, 동맥 경화 등 주로 40대 이상의 어른들에게 나타나는 비전염성․ 만성․ 퇴행성 질환인데, 어린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요즈음 어린이들에게도 비만, 소화궤양, 성인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이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 보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어린이에게서 볼 수 없었던 성인형 당뇨병이 2만 명당 1명 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서울 시내 초․중․고교생중 고도 비만아 324명의 어린이 성인병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고지혈증 61.7%, 지방간 38.6%, 고혈압 7.4%, 당뇨병 0.3%로서 78.7%가 합병증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여 충격을 던져 주었다.

순천향의대 소아과의 비만아 빈도 조사에 의하면, 1984년 소아의 비만증 빈도가 4.7% 였던 것이 2002년에는 10.8%로 증가하여, 최근 18년 동안 비만 아동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전국에 수만 명의 고도 비만아가 방치되고 있는 것이며, 요즘과 같은 식생활 상태가 계속된다면, 20～30년 후 우리 나라의 성인병 발병률은 현저하게 증가하여 성인병 예방 사업에 열의를 쏟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 성인병의 종류

․어린이 비만
비만은 몸에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상태, 즉 너무 살이 찐 상태를 말한다. 지방이 많아지는 원인은 많이 먹어서 에너지는 많이 섭취하는데, 에너지를 운동으로 충분히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만은 유전, 과식, 운동 부족과 나쁜 생활습관으로 생긴다.

비만이 되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동맥경화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에 위험하다. 너무 살이 찌면 움직이는 것이 싫어지는데, 움직이지 않으면 신체 여러 부분의 상태가 나빠지고, 특히 혈관의 탄력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최근에 너무 많이 먹어서 살찐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
고혈압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혈관은 점점 탄력이 없어지고 동맥경화가 되기 쉽다. 어린이는 고혈압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들 생각하지만, 실은 혈압이 높은 학생이 가끔 있다. 이런 학생은 지금은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고혈압이라는 것을 모르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 동맥경화가 빨리 진행된다. 어린이가 혈압이 높은 것을 알게 되면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 염분 섭취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을 매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 당뇨병
성인형 당뇨병은 어른들의 병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생중에 소변 검사를 통해 성인형 당뇨병이 가끔 발견되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고지혈증과 동맥경화
고지혈증은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 같은 지방이 많은 병이다. 혈액에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 혈관의 벽에 붙어서 혈관이 녹이 많이 슨 수도관처럼 된다. 이것이 동맥에 발생하면 동맥경화라고 한다. 최근 서울 시내 초등학교 학생들의 혈액 중 콜레스테롤치를 조사한 결과 22%가 200mg/dL 보다 높았다고 한다.

동맥경화는 동맥 혈관의 벽이 굳어지며 안쪽이 좁아지는 병이다. 동맥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보내며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운반할 수 없게 되어 신체의 여러 곳에 중대한 고장이 생긴다. 특히 중요한 뇌나 심장의 혈관이 막히든지 터지면 뇌중풍, 협심증이나 심근 경색증 같은 병이 되어 사망할 수 있다. 이런 동맥경화의 초기 변화는 비만 산모의 태아에서도 나타나며, 성인 동맥경화의 대부분은 어린이 시절부터 시작되고 있다.
동맥경화는, 예를 들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간염에 걸리는 것처럼 단순하게 확실한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운동부족, 스트레스, 흡연, 가족성 요인 등 여러 가지가 합쳐져 일어나는데, 이를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위험 인자’라고 한다.
어릴 때 일찍 발견하여 치료하면 혈관 내부에 기름이 낀 동맥경화의 초기 증상은 완전히 정상으로 되지만, 30～40대에 굳어진 동맥경화는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더 나빠지지 않지만 원상태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어린이 성인병의 예방

동맥경화를 진행시키는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은 식사 습관과 운동 방법이 어딘가 나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어린이 성인병의 예방은 올바른 식사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최선이다. 규칙적이고 즐겁게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식사 방법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칼슘 등을 골고루 섭취하여야 하며, 하루 30종류 이상의 식품을 먹는 것이 균형 잡힌 식사 방법이다.

짜게 먹는 습관이 붙은 사람은 싱거우면 맛이 없다며 소금이나 간장을 더 넣어 먹는다. 하지만 염분이 많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고혈압이나 뇌중풍이 생기기 쉽다. 소금을 조금 넣은 음식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싱겁게 먹으면 음식 본래의 맛을 잘 알 수 있어 오히려 맛있게 느껴지게 된다. 라면․우동 등의 국물은 전부 마시지 말고 남겨 두어야 한다. 국물 중에 포함되어 있는 식염은 의외로 많다.

밥과 간식은 들어가는 배가 따로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밥을 많이 먹은 뒤에도 과자․초콜릿․아이스크림 등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어린이가 많다. 간식은 세 번의 식사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정해진 시간에, 먹고 싶은 양의 반만 먹는 것이 좋다. 간식으로는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한 우유나 요구르트․치즈 등의 유제품, 과일․감자나 콩류, 조그만 새우나 멸치 말린 것이 좋다. 밤참은 먹지 않는 습관을 들이자.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동맥경화가 예방되고 체력이 증가하여 질병에 걸리지도 않고 자세도 바르게 잡힌다. 올바른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어린이 성인병을 예방하도록 하자.

이동환 / 순천향대학병원 소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