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도 이젠 '맞춤형 치료'

작성일 : 2016.05.25 조회수 : 996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도 이젠


‘맞춤형 치료’






 


대한비과학회 홍보위원 최지호 교수(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내가 탄 비행기의 기장과 부기장이 조종석에서 함께 졸고 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실제로 미국에서 발생한 일이다. 2008년 2월 어느 날, 40명의 승객을 태운 비행기가 목적지 공항을 한참 지나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졸다가 벌어진 일. 다행히 사고가 나기 전에 기장과 부기장이 깨어나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승객들의 여행 일정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가 이번 졸음 비행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승무원들의 계속된 새벽 출발 일정과 기장의 ‘수면무호흡증’이 주된 원인으로 밝혀졌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숨 쉬는 공간인 기도의 위쪽 부분 ‘상기도(비강, 인두, 후두)’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수면 중 일어나는 호흡 관련 장애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코골이는 상기도가 좁아져서 떨리는 소리이며 수면무호흡은 상기도가 막혀서 일정 기간 숨이 멈춘 상태를 말한다. 즉, 코골이는 수면 중 상기도가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코 고는 소리가 크거나 빈번한 경우 수면무호흡에 대한 경고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코골이는 성인인구의 대략 1/2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하며, 수면무호흡증도 우리나라 중년 남성의 4~5%, 중년 여성의 3~4% 정도에서 나타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08년~2012년) 동안 수면장애 환자가 대략 1.6배, 수면장애로 인한 진료비는 대략 1.8배 증가했으며, 여러 수면장애 중 수면무호흡증이 3번째로 흔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으로는 주간 졸음이 대표적이며, 집중력 저하, 만성 피로, 성 기능 장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음, 주로 아침에 생기는 두통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증, 협심증), 당뇨, 뇌졸중 등 중대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졸음으로 인한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이차적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성 기능 장애,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에 대한 위험성은 대략 2배(각각 1.87배, 1.94배, 1.8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성은 1.59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코를 자주 곤다는 얘기를 듣거나, 밤에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수면다원검사를 포함한 각종 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진단이 이뤄지는 데, 졸음 증상과 함께 무호흡-저호흡 지수(수면 1시간당 무호흡과 저호흡을 더한 횟수)가 5회 이상인 경우 또는 졸음 증상이 없더라도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15회 이상인 경우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의 원인 또는 폐쇄부위를 알기 위해 상기도에 대한 내시경 검사, 영상학적 검사, 약물유도 수면내시경(Drug-induced sleep endoscopy, DISE) 등 다양한 검사를 시행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주요 치료방법은 양압기, 구강 내 장치, 수술 등 크게 3가지로 증상에 따라 적합한 치료방법이 다르고 각각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환자의 상기도 구조, 수면다원검사 결과, 환자의 치료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수술 성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상기도 종물, 편도비대, 아데노이드증식증 등으로 인해 상기도가 좁아진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적합하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으면서 중등도 이상(무호흡-저호흡 지수 15 이상)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양압기 치료를, 심하지 않은 경우 구강 내 장치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비만 또는 과체중인 환자는 체중조절이, 자세성 환자(바로 누운 자세에 비해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1/2 이하로 감소하는 경우)는 자세 치료가 부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성공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 수면호흡장애 관련 심각도, 치료에 대한 선호도 등을 고려해야 하며, 환자의 종합적인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아울러 선택된 치료에 대한 환자의 굳은 믿음과 적극적인 자세까지 더해진다면 성공 확률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