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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정맥혈전, 3대 혈관 질환중 하나

글. 구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황헌규

토요일 진료가 끝날 즈음에 40세 남자분이 아픈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모습으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힘들게 걸어 들어와서는 자리에 앉아 의사와 마주합니다. 일주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평소와 달리 조금만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찬다고 호소합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은 의사는 마음이 다급해 집니다. 젊은 남자가 이전에 아무런 병력도 없다고 하는데…. 천식도 고혈압도 없었던 분이고, 일주일 전부터 나타난 증세를 생각하면 협심증일 가능성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꾹꾹 참다가 더 이상은 못 견뎌 왔을 것이고,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심정지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불안해진 의사는 환자를 휠체어에 앉히고는 심장내과로 직접 가서 심초음파를 확인합니다. 다행히 심근경색소견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가능성으로 보아 혈전증이 아닐까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역시나 서둘러 시행한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폐동맥에 혈전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의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환자와 가족을 불러 자세한 설명 후 치료를 시작합니다.

한국의 정맥혈전 빈도는 서구에 비하여 여전히 낮지만 최근 보고에 의하면 요사이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질환이지만 뇌졸중, 심장병 다음으로 성인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3대 혈관 질환중 하나이다.
정맥혈전은 혈관 내에 끈끈한 응고물이 형성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해서 하지 정맥이나 폐혈관을 막는 경우를 말한다. 문제는 매우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환자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는 혈관 내에 생기는 질환이므로 의구심을 갖고 찾아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질환이다.

최근에 나오는 새로운 항응고제는 이러한 환자를 치료하는데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에게 기쁜 소식이다. 지난 60년간 사용하던 와파린은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익숙한 약이지만 음식(시금치, 청국장)과 복용하는 약제(항생제, 항진균제, 리팜핀, 부정맥약제)의 영향으로 조절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 또한 정기적인 혈액검사(INR)가 필요하며 출혈위험으로 용량조절과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새로운 항응고제가 반가운 것은 이러한 와파린의 단점을 100% 해결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약제의 영향이 적다, 정기적인 혈액검사는 물론 음식의 섭취도 자유롭다는 점이다. 또한 출혈의 위험성이 와파린보다 적다는 것은 무엇보다 안심이 된다.

한국은 전세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이다. 정맥혈전이 한국에서도 서서히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것과 노령층에서 특히 발생빈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정맥혈전으로 인한 질환과 사망률, 사회적인 의료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세계 혈전의 날’(10월 13일)은 이러한 질환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혈전에 잘 대처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다. 이에 동참하여 국내의 정맥혈전에 대한 대비가 이루어져 환자와 가족들이 정맥혈전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