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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의료진

"감동의 멜로디로 환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울리고파"

이성진 교수는 서울병원에서 가장 바쁜 의사로 꼽힌다. 본업은 물론 다채로운 취미 활동에 열정적으로 매진하기 때문. 그중에서도 푹 빠진 것이 색소폰이다. 냉철한 이미지의 의사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감성이지만 재즈 색소포니스트가 꿈이라고 할 정도로 이교수의 마음가짐은 진지하다. 부드럽지만힘 있는 색소폰의 음색처럼 환자들에게도 감동과 의지를 심어주고 싶다는 이성진 교수를 만났다.

이성진 교수의 주된 관심사는 음악이다. 현재 순천향 의대 합창단‘하모니’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으며, 초등학생 딸과 학급 아이들을 위해 반가를 작곡할 정도로‘준전문가’수준의 실력이다. ‘하모니’는 그가 25년 전 의대 재학 시절 몸담았던 애착이 깊은 동아리다. 같은 동아리 출신의 선배가 지도교수로서 내년에 있을 30회 공연을 책임진다는 사실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최근 2년여 간 그를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색소폰이다. 본인은 겨우 초급을 벗어난 중급 단계라고 이야기하지만 전문가도 실력을 인정했다고 하니 취미로만 치부하기엔 열정이 지극하다.

작곡, 합창은 소소한 취미, 가장 푹 빠진 것은 색소폰 논리와 이성에만 충실할 것 같은 의사가 어떻게 이토록 음악에 빠지게 된 것일까. 알고 보니 그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니스트를꿈꾸던소년이었다.“ 초등학교1학년때, 부모님께서 없는 살림에도 영창피아노를 선물해주셨어요. 일찍이 재능을 알아봐 주신 거죠.”그렇게 음악만을 생각하던 이교수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선교사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우선 의학을 마치고 신학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대에 진학했다. 그리고는 본업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안과의사 10년차가 되어있었다.

망막이라는 분야에 온몸을 던져 어느 누구보다 다량의 논문을 발표하고 수술도 많이 집도했다. 컬럼도 쓰고 망막 교과서도 집필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의사로서 열의를 불살랐
던 10여 년간은 음악을 즐길 여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연일 전 서울병원장의 색소폰 연주를 우연히 듣게 됐다. 그간 잊고 있던 음악에 대한 그리움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알토 색소폰은 휴대도 용이하고 다양한 연주도 가능했다. 짬을 조금 내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배에게 물어 다음날 바로 아카데미에 등록했지요. 그런데 한 번 시작하니 이 색소폰이라는 악기, 보통이 아니더군요.”

음계 연습만 1년, 전문가도 인정한 탄탄한 기본기 갖춰 보통 색소폰을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은 기본기 연습보다 처음부터 연주곡 위주로 연습하곤 한다. 그러나 이교수가 등록한 곳은 기본기를‘제대로’가르치는 몇 안 되는 아카데미였다.

몸이 부서져라 바쁜 나날에도 일과만 마치면 무조건 아카데미로 달려갔다. 회식도 뿌리쳤다. 매일 두세 시간씩 몰두했지만 연습은 지루했고 진도는 더뎠다. 금방 연주를 즐길 것이라던 즐거운 상상은 산산조각났다. “원래 무언가에 한 번 빠지면‘올인’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아마추어 중에 좀 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리죠. 어디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1년이 넘도록‘도레미파솔라시도’만 배우면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몇 번이나 들었지만 꾹 참고 매진했다. 입술이 부르트고 얼굴 근육이 당겨오며 호흡이 달려 어지러웠다.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헬스로 체력단련까지 병행했다. 그토록 피나는 노력과 음악에 대한 남다른 관심, 소질 덕분에 다른 이들이 2년 정도 걸린다는 기초를 1년 2개월 만에 마스터할 수 있었다. 진도도탄력을받았다.‘ 에뛰드’와‘짐스니데로’라는교본여섯권을 1년 만에 초고속으로 마치고 현재는 재즈 색소폰의 전설이라는‘찰리 파커’의 곡을 연습하고 있다.

한 곡을 마치려면 1년이 걸린다는 고난이도의 연주곡인데, 그는 두 달여 만에 거의 끝낸 상태다. 그의 스승은‘5곡을 마스터하면 이제 하산해도 좋다’고 일렀다.

목표에 도달할 날이 멀지 않았다. “기본기를 익힌 다음부터 가장 큰 관심사는‘얼마나 예쁜 소리를 내느냐’예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려면 몸과 입, 악기가 한 몸처럼 연결되어야 하거든요. 색소폰을 시작한 지 1년 반인 올해 초에 처음으로 악기다운 소리가 났어요. 그 순간이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며 어린아이같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자신의 열정을 진심으로 즐기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울 뿐이다.
환자들도 음악으로 희망의 에너지를 얻었으면 다양한 예술 분야 중에서도 따뜻한 선율을 지닌 음악은 질병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마음의 벽을 허물어 준다.

음악의 치료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검증되지 않았던가.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감각을 유지해온 이교수 또한 음악의 긍정적인 힘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이 끝나자마자 연습실로 달려가 연주에 몰두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음악은 의식주 다음으로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사람에게 필수적이죠. ‘마음의 괴로움은 뼈를 마르게 하지만 마음의 즐거움은 약보다 좋다’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 환자들도 음악을 즐기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되죠.”실력을 갖추게 되면서 자연스레 환자들 앞에서 몇 차례의 연주회도 가졌다.

드라마‘여인의 향기’에서 탱고로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한 의사 은석처럼‘선생님 멋지다’는 이야기도 꽤 들었다. 앞으로는 어려운 재즈곡과 더불어 환자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가요 또한 함께 익혀보려 한다. 또 하나의 커다란 바람은 다른 색소폰 연주자들과 함께‘순천향밴드’를결성하는것이다.“ 일반공연에서도 순천향의 이름으로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좋겠어요. 환자의 마음까지 보살피는 순천향병원의 지침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악기를 다루는 순천향 의료진과 협연도 한다면 더욱 뜻 깊을 것 같고고요.”병원 측의 협조를 적극 필요로 하는 일이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조심스레 꿈을 내비쳐본다.

병원을 대표하는 희망 주자로 활동하기 위해 프로 재즈 색소포니스트로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연주를 하고 싶다는 그. 아직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조금은 부족하단다. 음악의 위대함과 온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이니 만큼 앞으로는 더욱 울림 있는 선율을 들려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