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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의료진

뇌혈관 질환 권위자 박석규 신경외과 교수

"환자에게 의사란 어떤 존재여야 하나" 하얀 가운에 사무적인 딱딱한 말투, 대다수 사람들이 떠올리는 ‘의사’에 대한 이미지다. 환자들이 의사를 대할 때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벽’ 역시 이와 같은 맥락 일 터다.



박석규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사의 이러한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환자들의 처지에서 바라는 의사의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가 말하는 이 시대 명의의 새로운 기준을 확인한다. 환자에 대한 ‘무한책임’ 의사로서의 의무이자 사명 지난 2015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응답하라1988>의 한 장면. 심장 수술을 앞둔 아들 걱정 탓에 밤잠을 못 이루며 대기실로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어머니에게 퇴근하던 담당 의사가 다가와 따뜻한 응원의 말과 함께 ‘완치에 대한 약속’을 건넨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노심초사하던 어머니는 그제야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의사는 그의 다짐처럼 완벽하게 수술을 마치고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행복’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한다.


이처럼 몸이 불편한 환자와 그 가족들이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의사의 긍정적인 한 마디 말은, 때로는 그 어떤 치료보다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내기고 한다. 의사에 대한 두터운 신뢰감을 기반으로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보다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뇌혈관질환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박석규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필수적인 신경질환 환자들의 경우 그 어느 분과보다 단단한 의료진과의 신뢰감이 전제돼야 한다”라며 “그저 오랜 시간 동안 수평적인 위치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환자와의 신뢰감을 쌓는 개인적인 노하우”라고 말했다. 특히 수술 후 다양한 형태의 후유증이 발생하는 까닭에 지루한 재활치료를 반복해야 하는 신경질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역할은 단순한 치료 및 수술 행위 이상으로 확대되곤 한다.


거동조차 불편한 몸을 억지로 움직여야 하는 재활치료가 얼마만큼 고역일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예상보다 많은 환자들이 힘겨운 재활치료 과정을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박 교수는 “치료와 수술, 이후 재활치료를 별도의 의료행위로 분리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라며 “환자에게 의료진의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며 함께 보조를 맞춰줌으로써 치료 의지를 고양시키는 것까지가 의사로서의 의무다”라고 강조한다. 이른바 ‘환자 무한책임제’로 정의되는 그의 지독하리만큼 고집스러운 의료철학은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환자가 바라는 의사의 모습 떳떳한 의료진으로 살아갈 것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에 충실한 박 교수는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세밀한 관리를 위해 개인 시간까지 할애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자의 처지에서 의사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1월 급성 지주막하출혈로 병원에 실려와 생사를 오갔던 김주헌 환자는 이러한 박 교수의 의료철학이 빚어낸 최고의 성과로 평가된다. 당시 새벽 1시 30분경 서울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김 환자는 응급호출을 받고 집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박 교수의 주도로 ‘뇌동맥류결찰술’을 받게 됐다. 신속·정확한 치료 및 수술이 이뤄졌지만 모두 잠든 새벽에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해 발견까지 제법 시간이 흐른 탓에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았던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병원 도착 당시 상태는 소생을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심각했다”라며 “다행히 신속한 수술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김 환자의 뇌동맥류결찰술을 마친 다음 날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있는 그에게 급성 뇌부종이 발생했다. 전날 밤을 새운 박 교수는 두개감압술 시행을 위해 다시 한 번 수술대 앞에 섰다. 분초의 흐름에 따라 심하며 사망에까지 이르는 뇌부종은 그 어떤 수술보다 신속함이 중요한 까닭이었다. 두 번의 수술을 모두 완벽하게 끝냈지만 아쉽게도 김 환자에게 후유증이 나타났다. 어눌한 말투와 삐걱대는 몸놀림, 생애 처음으로 느껴보는 신체적 장애에 김 환자는 깊은 좌절을 느꼈다고 한다. 박 교수는 그때부터 환자와 오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의료진을 믿고 재활프로그램을 충실하게 따라온다면 예전처럼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약속’을 강조했다. 김 환자는 “입원기간 동안 박 교수는 회진이나 진료, 면담 등 갖가지 명분으로 하루에도 2~3번씩 대화의 기회를 마련했다”라며 “진심과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그의 절박한 모습에서 ‘아, 이 사람이라면 믿고 따라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박 교수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한 조교처럼 김 환자의 그림자를 자청했다. 김 환자가 1~2시간에 걸친 재활치료를 받을 때면 어느새 그의 뒤에서 ‘잘하네’라는 무심한 말 한마디를 툭 던지고 표표히 사라지곤 했다. ‘이제 다 나았으니 그만 퇴원하라’는 농담 섞인 면박까지 박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재활치료에 힘겨워했던 김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제난 다름없었다. 어찌 보면 박 교수의 말처럼 이 모든 행동이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 의사의 관심과 배려, 자신을 향한 긍정의 메시지가 담은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떳떳한 의료인으로 기억되기 위해 오늘도 굳건한 걸음걸음을 내딛는 박석규 교수의 기분 좋은 옹고집이 기분 좋은 울림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