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의료진

혈액투석환자를 위한 새로운 혈관접근로 개척


혈액투석환자를 위한 새로운 혈관접근로 개척

흉부내홑정맥과 상완 동맥 직접 연결



국내 만성 신장질환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2018년 22만6800여 명에서 2021년 27만7200여 명으로 3년 만에 22%나 증가했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을 거르고 혈압을 조절하며 적혈구를 만드는 중요한 기관인데, 신장질환으로 인해 3개월 이상 신장 기능이 감소한 상태가 유지되면 이를 만성 신질환이라 한다.


이같은 말기신부전에 이르면 식이 요법이나 약물 요법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가장 바람직한 치료법은 단연 신장 이식이지만,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에 비해 공여 신장의 수가 많이 부족해 환자들은 오랜 기간 기다려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치료가 투석 치료다. 투석 치료는 신장을 대신해 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분 균형을 맞춰주는 치료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으로 나뉜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투석 기계로 보내 노폐물과 부종을 거른 뒤 다시 체내로 혈액을 돌려보내는 치료다.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인공신장기기를 이용해 투석을 진행하는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주3회, 1회당 4시간가량 치료를 반복해야 한다.


팔의 혈관을 통해 혈액을 인공신장기로 보내고 투석이 끝난 혈액을 다시 체내로 돌려보내는데 분당 200ml 이상의 혈액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혈관 통로가 필요하다. 이때 혈관 수술을 통해 동정맥루를 만들거나 동정맥혈관 이식편을 만들거나, 혈관 투석용 도관 삽관을 통해서 혈액 투석을 위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을 투석접근로라고 한다. 



동정맥루는 대부분 환자의 팔의 동맥과 정맥을 서로 붙여 정맥을 동맥화 시킨다. 혈액투석도 오래 받다보면 팔의 동맥과 정맥이 망가지는 상황이 생겨 양쪽 팔과 다리 혈관이 다 막히거나 망가져 사용이 불가해 진다.


팔이나 다리의 정맥이 망가지면 신체의 몸통에 연결되어 있는 쇄골하정맥, 경정맥, 대퇴정맥 등 큰 정맥을 이용해 투석접근로를 확보하는 방법이다.양쪽 중심정맥폐쇄가 있는 혈액투석환자는 동정맥루를 만들기 위한 유출 정맥을 찾기가 매우 어렵고, 흉곽내홑정맥을 사용할 경우 흉골(sternum 복장뼈)을 절개하는 큰 수술이 필요해 출혈이나 감염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면 신장이식 밖에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상완동맥과 흉곽내 홑정맥을 이용한 동정맥루 수술이 개발돼 안전하게 투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박영우·송단 순천향대서울병원 흉부외과·외과 교수팀은 흉골 절제술 없이 옆구리를 절개해 인조혈관으로 상완동맥과 흉곽내홑정맥을 문합하는 상완동맥-홑정맥 경흉부 동정맥루(brachio-azygos arteriovenous graft:BATAVG)를 만들었다. 수술받은 환자들은 수술 후 3일째 흉관을 제거하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평균 1개월 후 상완동맥-홑정맥 경흉부 동정맥루(BATAVG)를 통해 혈액투석을 시작했고, 특별한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다.


박영우 교수는 “중심 정맥까지 폐쇄된 혈액투석환자들은 더 이상 동정맥루를 만들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상완동맥-홑정맥 경흉부 동정맥루 수술은 중증 혈액투석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체 수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