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선을 선물하다
혈액에 섞인 노폐물을 걸러내 배출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신장(콩팥)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 이후 상태가 악화되면 소변으로 빠져나가야 할 노폐물이 점차 몸에 쌓여 각종 신장질환이 발생, 결국 혈액투석과 나아가 신장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만성질환으로 발전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생활마저 빼앗긴 신장질환 환자들의 든든한 동행자를 자처하고 있는 송단 서울병원 외과 교수의 행보를 조명한다.
글 하상원·사진 심지연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의 평생 동반자를 자처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5년간 만성신부전 환자 통계에 따르면 2009년 9만여 명이던 환자 수가 2013년에는 15만여 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무려 8만 7000명의 환자가 신장이식을 기다리고 있거나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을 만큼 상태가 심각하다고 한다.
이처럼 중증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이 빠른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히는 신장이식에 필요한 장기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만성 신장질환 환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일주일에 3번 이상, 매 방문마다 4시간가량 소모되는 혈액투석을 받아야만 한다.
이러한 혈액투석 대상 환자들이 투석에 앞서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로 ‘혈관접근로(동정맥루, 투석도관) 수술’이다. 쉽게 말해 콩팥 기능이 소실된 환자의 신체와 혈액투석기를 연결해주는 통로인 혈관접근로는 투석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2만 명 이상의 투석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줄을 심어준 송단 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혈관접근로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인위적으로 동맥과 정맥혈관을 연결하는 ‘동정맥루’로 많은 양의 혈액을 단시간에 체외순환 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라며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보다 꼼꼼하고 세심한 수술 과정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혈관접근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안정성’이다. 신장이식을 받지 않는 한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혈액투석이 필수적인 까닭에 지속적이고 원활한 혈액투석을 위해서는 튼튼한 혈관접근로가 필요하다. 따라서 혈관접근로는 일반적으로 손목 부위에 구축되며 환자의 혈관 상태에 따라 팔 상부, 다리 대퇴부 등 다른 신체 중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곳을 선택하거나 인조혈관을 삽입해 만드는 경우가 있다.
송 교수는 “혈관접근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장 최적화된 부위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오랜 투석생활로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오롯이 투석치료에만 전념하도록 기타 제반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의료진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투석환자들의 생명과 직결 환자들의 올바른 관리 ‘필수’
혈관접근로는 모든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평소 올바른 관리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애써 만든 혈관접근로에 협착이나 혈전이 발생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가장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동정맥루의 경우에도 약 4년이면 다른 곳에 또 다른 혈관접근로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평소 환자들의 관리에 따라 혈관접근로의 수명이 결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올바른 관리법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교수는 환자들의 자가 확인법 및 관리법을 설명했다.
먼저 혈관접근로에 대한 정상 여부는 ▲혈관에서 가벼운 진동 발생 ▲청진기로 확인할 때 ‘쉬익-쉬익’ 하는 잡음 발생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투석환자들은 이러한 혈관접근로의 진동과 잡음을 매일 4시간 주기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혈관접근로의 올바른 관리법으로는 ▲혈관접근로가 주로 만들어지는 팔에 무리가 가는 행위(심한 운동, 무거운 물건 들기)나 압박 지양 ▲혈압측정, 채혈, 정맥주사 등 시행금지 등으 꼽을 수 있다.
송 교수는 “보다 전문적인 관리를 원한다면 혈액투석 시 전문의를 통해 혈관접근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혈관에 대한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라며 “또한 혈관의 협착이나 폐쇄와 같은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 시술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만성 신장질환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관접근로 수술과 함께 송 교수의 대표 특화 분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신장이식 수술’이다. 송 교수는 모든 장기이식 중 가장 높은 난이도를 인정받는 신장이식 수술을 지금까지 100건 이상 시행했으며 성공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이식할 장기만 확보된다면 100% 환자를 완쾌할 수 있다’는 명제가 성립되는 셈이다.
송 교수는 “현대 의학은 이미 이른바 ‘기술 평등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라며 “이제 환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의료기술의 수준이 아닌 기술을 발휘하는 의사 개인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0시간 이상의 이식수술을 시행하는 데에 정작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체력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의료기술을 갖췄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의학기술을 완전히 펼칠 수 있도록 의사 자신이 스스로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송 교수가 빡빡한 일정에서도 출퇴근 시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정기적인 마라톤대회 참석 및 등산을 병행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마따나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료인에게도 명의(名醫)로 향하는 별도의 지름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의 내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매일 환자를 마주할 뿐입니다.” 송단 교수의 담담한 마지막 한마디가 여전히 진한 여운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