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윤 순천향대 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의 유쾌한 집착,
‘우표 수집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최태윤 순천향대 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이른바 ‘국민 취미라 불리는 우표수집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우표 박물관을 차려도 될 정도’라고 하면 최 교수가 수집한 우표의 양이 가늠이 될 터.
우표 수집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그의 유쾌한 집착을 확인한다.
40년 경력의 ‘프로 우표 수집가’
최태윤 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현재 소속 분과의 기본적인 업무에 더해 지난해부터 순천향대의대 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매우 바쁜’ 상황인 것이다.
이렇듯 30년 이상 순천향에 몸 담그며 활발한 의료 활동을 펼쳐온 최 교수에게 그보다 오랜 세월동안 계속해온 ‘우표 수집’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반복적인 일상의 힘겨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취미’는 사막의 오아시스로 여겨지기 미련이다.
최 교수는 “돌이켜보니 본격적으로 우표를 수집하기 시작한 지 어느새 40년이 넘었다”라며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우표 수집을 이렇게 새로운 영역까지 개척할 만큼 오래 지속할 줄은 나 스스로도 몰랐다”고 말했다.
사실 최 교수의 취미를 단순한 우표수집으로 명시하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보인다. 그저 발행되는 우표를 새롭게 사 모으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우표를 수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우표계에서는 최 교수를 가리켜 ‘우표 수집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로 평가한다. 그가 관심을 갖고 수집하기 시작한 분야는 바로 ‘관광인’으로 불리는 관광우편날짜도장(옛 관광통신일부인)이 찍힌 우편물(편지봉투와 엽서)이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 우체국에서는 지역 내 관광명소를 새긴 관광인을 비치하고 있다.
해당 명소에 방문한 관광객이 우체국에 들려 기념으로 우편엽서나 편지봉투에 도장을 찍는 일종의 ‘인증’을 하는 식이다. 참고로 현재 관광인에 선정된 명소는 약 410여 곳에 이른다.
지난 1958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관광인을 본격적으로 수집해 최초로 대중에 공개한 인물이 바로 최 교수이다.
최 교수는 “물론 저보다 먼저 관광인이 찍힌 우편물을 수집하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시기와 장소, 테마 등 체계적으로 분류해 가독성을 좋게 만든 관광인 작품을 공개한 경우가 처음이었던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의 우표 관련 활동반경은 국내 우표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인정할 정도 이다. 그의 제안으로 새로운 관광인(화천 파로호의 얼음낚시,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등)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매년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 특별강사로 초빙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최 교수는 소속되어 있는 ‘관광통신일부인 동호회’의 이름으로 회지를 발행하고 우표전문잡지에 각종 기고를 싣는 등 단순한 수집 행위를 넘어 우리나라 우표 역사의 현재를 이끌어가고 있는 ‘프로 우표 수집가’인 것이다.
취미는 결국 취미, 부담 없이 시작해야 해
우정사업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우취 인구(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는 인구)의 수는 약 8만 7000명으로 국내 인구의 약 0.17%에 불과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시절 첫 손가락에 꼽히던 국민 취미의 위상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오히려 지금이기에 우표 수집이 갖는 가치가 더욱 특별하다”라며 우표 수집은 우표라는 물리적 물질을 맹목적으로 모으는 단순한 수집이 아닌 그 속에 녹아 있는 역사와 의미, 추억을 함께 갈무리하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마따나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모든 우표에는 각 나라의 역사와 시대상이 담겨 있다. 우표가 ‘무언가 기념할 만한 인물 혹은 사건’을 토대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가 지난 2008년 ‘관광인 사용 50주년’을 맞이해 자신이 수집한 관광인 자료를 중심으로 동호회 회원들과 서울 공덕역에서 ‘관광통신일부인 사용 50년사 전시회’를 열어 대중에게 관광인의 존재와 가치를 전달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최 교수는 “우표 수집을 한다는 것은 결국 역사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것과 같다”라며 “자신만의 기준, 자신만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수집활동을 한다면 자신의 취미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자신이 소속된 동호회를 통해 우표 관련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저도 우표 수집을 하고 싶은데 돈이 많이 들까요?’, ‘지금부터 우표 수집을 시작하면 너무 늦는 거 아닌가요?’ 등 각양각색의 질문이 들어온다. 그는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며 마지막에 꼭 한 가지를 강조한다.
최 교수는 “취미는 말 그대로 취미일 때 진정한 가치가 나타나는 법이다”라며 “목적이 아닌 과정 자체를 즐기며 우표 수집을 한다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쉬는 날이면 최 교수는 우표 수집, 정확히 말하면 관광인을 핑계 삼아 가족들과 전국 각지 관광지로 나들이를 떠나곤 한다. 평일에만 문을 여는 우체국의 특성상 해당 지역에 사는 동호회 회원에게 관광인 자료를 부탁하고 주말에 만나 간단한 식사 및 술자리를 갖는 것이다.
물론 낮에는 가족들과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맛집 탐방을 하는 등 가족 서비스에 집중한다. 우표 수집을 발판삼아 일상의 영토를 점차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카피라이터 조셉 슈거맨은 저서를 통해 ‘인간의 수집 욕구는 본능이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인간에게 있어 수집은 지극히 본능적이며 따라서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우표 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최태윤 교수의 유쾌한 집착, 꿈틀대는 그의 수집 본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