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녀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하다
조성진 신경외과 교수, 16시간의 목숨 건 대수술 성공
19살의 러시아 소녀 젤렌스카샤는 뇌종양 제거 수술을 위해 지난 5월 한국을 찾았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국제의료협력팀 주선으로 병원에서 1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수술 날짜가 생일이었던 젤란스카샤는 입원 중에 의료진의 생일 축하 파티를 받고 제2의 인생이 시작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신경외과 교수의 '의술'과 '인술'에 감동한 러시아 소녀의 감동 스토리를 재조명한다.
목숨을 건 수술, 16시간의 사투 속에서 승리하다.
지난 5월 28일, 러시아 소녀 젤렌스카샤가 순천향대서울병원에 입원했다. 19살의 젤렌스카샤는 소뇌와 뇌간 사이에 6센티미터 가량의 종양이 잠식해 있던 상태였다.
러시아 측 의료진은 수술이 위험하고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 도착한 젤렌스카샤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종양이 크게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뇌간에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종양과 뇌간 사이의 혈관을 잘못 건드리게 되면 뇌사상태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러시아 병원에서 치료에 부정적이었던 이유가 이해가 될 정도였으니 당시 환자의 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터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젤렌스카샤의 진료를 담당한 조성진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 전문의의 자존심을 걸고 집도하기로 했다. 의술과 인술로 사람의 운명을 바꿔야 할 의사이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사람 중심의 의료를 표방해 온 순천향의 의료철학에 입각, 환자가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않도록 한 것이다.
조성진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은 구토와 두통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가장 무서운 병으로 손 꼽힌다”며 “환자의 종양 크기는 6센티미터에 달했고, 뇌간에 매우 가까이 붙어 있어 여러모로 악조건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 교수는 국제의료협력팀의 영상통화 동시통역 시스템을 통해 진료를 주관하며 수술에 나섰다. 내시경을 통해 뇌실의 물길을 뚫어줬고, 종양을 제거했다. 종양과 뇌간 사이에 있는 혈관을 자를 때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됐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뇌경색과 전신불수까지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16시간에 걸친 대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다. 환자가 마취에서 풀리고 눈을 떴을 때 조 교수는 큰 감동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와 환자의 교감, 마음을 만족시킨 진료
수술 후 젤렌스카샤는 빠르게 회복했다. 혀를 움직이는 핵이 부어 의사소통이 다소 원활하지 못한 점과 저혈압 증상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척수액 종양세포 전이 검사를 진행하고 내과 진료까지 받으면 퇴원도 가능했다.
환자의 빠른 회복 뒤에는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조 교수는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와 환자 어머니를 안심시켰으며, ‘종양에 지지말자’며 긍정의 기운을 전달했다.
수술 날짜가 생일이었던 젤렌스카샤를 위해 일주일 뒤 생일축하 파티도 열어줬다. 작은 파티였지만 의료진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자리였다.
젤렌스카샤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준 조 교수와 의료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젠렌스카샤의 어머니 역시 ”러시아에서 이곳까지 오길 정말 잘했다면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조직진단 결과 암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젤렌스카샤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며 ”마음의 짐을 내려줬다는 사실이 최고의 보상이자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치료도 건강하게 잘 버텨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타국까지 와서 수술을 받은 젤렌스카샤가 건강히 퇴원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