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동은학원 김부성 전 이사장
순천향은 서석조 박사의 역사이자 영광입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학교법인 동은학원의 상임이사를 역임한 김부성 이사장은 이제 순천향과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됐다. 김부성 이사장은 순천향의 설립자인 고 향설 서석조 박사의 제자이다. 여전히 스승이 그리워 눈시울을 붉히는 김부성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스승과의 인연을 들였다.
순천향과 함께한 긴 세월
김부성 이사장은 가톨릭의대 1회 졸업생이자 가톨릭의대 강남 성모병원장, 가톨릭의대 의무부총장 겸 의무원장을 역임했다. 정년퇴임 후에는 학교법인 동은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순천향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중앙의료원장,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장 등을 지냈다.
대외적으로는 전국 사립대학교 의료원장협의회 회장,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대한간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지역 간장학회 사무총장, 대한내과학회 이사장, 대한소화기학회 회장, 대한내과학회 회장, 세계보건기구 간염협동연구 한국소장 등을 역임했다. 1999년에는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2007년에는 로마교황청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 기사 훈장을 수훈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학교법인 동은학원의 상임이사를 지낸 5년의 시간은 그에게 순천향의 발전과 순천향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스승님은 종종 저를 불러서 경영은 결코 나 자신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고 나와 함께하는 모든 분야의 사람이 함께 잘 살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천향의 설립 이념인 ‘인간사랑’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이지요. 저는 이 말씀을 기억하며, 이사장을 맡은 동안 ‘경영을 한다’기보다 우리 순천향의료원에서 치료 받는 환자들이, 순천향대학교에서 배움을 키워나가는 학생들이, 순천향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그리고 나아가 우리와 인연을 맺는 모든 사람이 어떻게 하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아주 어려운 사명이지만 설립자이신 고서석조 박사님의 설립이념을 이어나가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여전히 절절히 그리운 나의 스승님
2019년은 순천향의 설립자인 고 향설 서석조 박사 서거20주기가 되는 해이다. 여전히 스승이 그리운 김부성 이사장은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부성 이사장과 거 서석조 박사의 인연은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석조 박사님은 저의 스승입니다. 제가 성모병원 인턴생활을 시작할 1960년에 박사님은 내과 주임교수이셨습니다. 이후 제가 내과 첫 번째 레지던트로서 의국원이 되어 교수님의 제자로 훌륭한 가르침과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밀려드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당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동물실험 등을 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회진 시 환자 검사 결과를 물어보실 때 차트를 보지 않고도 답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적어도 본인이 진료하는 환자에 관한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하지 않겠나’하는 의미이고, 그때 배운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교수님은 의료인뿐만 아니라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모습과 의료행정가로서의 모습, 후학을 양성하는 스승으로서의 모습을 두루 보여주셨고, 그런 박사님은 제가 항상 존경하는 스승이자 따르고 싶은 선배이고, 닮고 싶은 리더입니다. 스승님의 언행이 눈에 선하고 귓가에 떠나지 않아 항상 그립습니다.”
긴 세월 향설 서석조 박사의 제자로 살아왔고, 또‘순천향’과 함께해오는 동안 ‘순천향’이라는 세 글자는 경력과 업적을 넘어 그의 인생에 진하게 박힌 삶의 또 다른 의미이자 이름이 되었다.
“제 모교는 가톨릭대학교지만 순천향과의 인연은 스승님을 처음 뵌 순간 시작되었습니다. 순천향의 설립 초기부터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스승님이 순천향 서울병원을 신축하고, 그토록 염원하시던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을 설립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들어하셨는지 곁에서 지켜봐왔기에 순천향의 역사를 세세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순천향은 제게 서석조 박사님의 역사와 영광 그 자체입니다.”
늘 좋은 생각과 감사한 마음으로 살자
순천향과 멋지게 이별한 김부성 이사장은 앞으로 의사로서 환자를 만나고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순천향’이 앞으로도 향설 서석조 박사의 정신을 잘 이어가기를 당부한다.
“서석조 박사님은 항상 환자와의 대화를 가장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셨고 질병에 대한 것 외에도 환자가 호소하는 가정과 사회적인 갈등도 함께 나누시고 기억해 두셨다가 한참 후에도 되물어보셨습니다. 의사와 환자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영원히 가족이라고 늘 강조하셨지요.
그 가르침 덕분에 저는 인턴생활을 시작하며‘의사’가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약 60여 년의 시간을 가족과 같은 환자들과 늘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있을지 모르지만, 제 소임이 다할 때까지 환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진료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순천향은 환자를 사랑하는 서석조 박사의 정신을 잘 이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환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병원, 환자의 치유를 위해 능력이 뛰어난 병원, 환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병원의 모습을 올곧게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이사장은 우리 시대 어른으로서 현대인에게 애정 담긴 조언을 잊지 않았다.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불안과 걱정에서 시작되는데, 그 자리에 감사를 채우자는 것이다.
“요즘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고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환자들과 대화해 보면 실제로 질병보다 마음의 병이 환자를 더 아프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환자들에게 지금. 여기, 현재의 삶에서 감사한 것들을 생각하며 마음의 불안을 환기해 보라고 권합니다. 저는 매사에 항상 감사하자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며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는 것, 아직 환자들의 치료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것, 저녁이면 후배들과 소소하게 술 한 잔 기울이며 옛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모두 감사한 일이지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하늘의 순리에 따르는 것을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늘 좋은 생각과 감사한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면 하는 일에도 좋은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면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김부성 이사장이 그렇다. 스승을 존경하고 따르고 사랑해온 오랜 세월이 그를 스승과 닮게 만들었다. 향설 서석조 박사와 김부성 이사장이 함께했기에, 또 그들의 모습을 본받은 수많은 후배와 여러 순천향인들이 있기에 순천향의 미래는 찬란하게 빛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