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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암 위험 높인다” … 당뇨환자는 더 철저한 자기관리와 정기 암검진 필요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당뇨병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가설이 입증되어 혈관합병증 예방에 주된 관심을 두었던 당뇨환자들은 이제 암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당뇨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생활에 많은 제약을 주고 완치가 안 돼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데, 암의 위험까지 높인다니 당뇨병의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암은 크게 ‘혈액암’과 ‘고형암’으로 나뉘며, 고형암은 림프암, 육종, 암종으로 이는 다시 200여 종류의 세부암으로 나뉜다. 이렇게 다양한 암 중 일부는 당뇨병 환자에서 더 잘 발생하며 진행 또한 빠르다는 연구결과다.
외국의 권위 있는 역학연구에 의하면 당뇨병은 췌장암, 대장‧직장암, 유방암, 간암, 자궁내막암, 방광암,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인다고 하며,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남성의 식도암, 간암, 대장‧직장암, 여성의 췌장암, 유방암, 간암, 자궁암이 위험이 높다고 밝혀졌다. 이후 여러 나라의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잇달아 이제 당뇨병과 암 사이의 관련성은 정론이 되었다.

■ 당뇨환자에서 암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
우리 몸에는 수시로 수많은 예비 암세포가 발생한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나서서 대부분의 예비 암세포가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일부 세포가 드물게 암으로 진행하며, 이 때 당뇨병이 암으로의 진행을 돕는 기전은 ▲고인슐린혈증에 의한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신호증가, ▲고혈당으로 악화된 산성환경과 풍부한 영양공급, ▲만성염증반응에 의한 세포 내 세포증식과 혈관신생 신호 증가, ▲지방세포 유래 여성호르몬 증가 등으로 밝혀졌다.
결국 당뇨환자에서 암 위험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노화현상 그리고 비만, 운동부족, 흡연, 음주 등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혈당이 잘 관리되지 못하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 혈당을 낮추면 암 위험도 낮아진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을 낮추면 위에 열거한 네 가지 기전 중 고혈당과 만성염증이 개선된다. 따라서 모든 당뇨병 치료제는 암 위험을 낮추는데 기여하게 된다.
-인슐린
인슐린의 용량이 적절하면 혈관보호 효과와 함께 암의 위험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부적절한 고용량 치료는 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메트포민
당뇨병에서 암 위험이 높아지는 모든 요인을 개선하는 약제다. 항암치료 중 기존 항암제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기능이 입증되어 종양학자 주도로 항암치료 병용약제로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암에 관한한 최고의 당뇨병약이다.
-피오글리타존
당뇨병의 암 위험 증가기전 중 지방의 양이 증가할 여지가 있으나 여성호르몬 관련 암의 위험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없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방광종양이 발생하고 역학연구에서 고용량 장기치료 시 방광암이 증가해 방광암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치료 받았던 고위험 환자의 경우 사용 자제를 권하고 있다.
-GLP-1유사체
갑상선 C세포 증식을 유발한다. 아직 인체 투여 시 암 위험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부족하지만 사용기간이 짧아 향후 주의 관찰이 필요하다.

현대의학의 당뇨병 치료는 주로 혈관합병증 관리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치료목표인 혈관합병증을 1차로 조절하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정 당뇨병 약제는 암의 위험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영향력이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확실한 고위험군 환자가 아니라면 기존처방을 변경하거나 향후 투여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암의 위험은 당뇨병 자체와 치료제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력이나 흡연 등 보편적 요소를 우선 고려한다. 금연, 운동, 체중관리 및 정기적인 암 검진 등 일반인 대상의 보편적인 권고가 암 위험을 대비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전성완 /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