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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척추관 협착증

작성일 : 2010.11.19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2,086

우리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갑각류는 무척추동물이어서 척추동물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딱딱한 등껍질이 바로 척추의 지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등껍질들 사이에 부드러운 막이 있어 안으로 접히거나 팽팽하게 늘어나면서 전체 새우등을 펴고 구부리게 한다. 과도하게 새우등을 구부리면 이 막이 터짐을 볼 수 있다. 이는 사람의 척추와도 비슷하다. 사람은 단단한 척추체가 앞에 있고, 뒤로는 척추궁이 있으며, 위와 아래 척추궁 사이를 황색인대가 연결되어 있다. 즉, 새우의 딱딱한 등껍질이 사람의 척추궁과 같으며 부드러운 막이 황색인대와 같다. 그 이유는 척추관협착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황색인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척추관’이란 무엇일까? 쉽게 말하면 대나무의 빈 통속이라고 할 수 있다. 척추뼈가 길게 연결되면서 뇌로부터 내려오는 척수와 신경근들을 가운데 빈 공간에 안전하게 감싸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척수와 신경근들이 눌릴 정도로 앞과 뒤가 좁아지는 현상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이 질환은 주로 목과 허리에서 잘 발생하는데, 앞과 뒤가 좁아지는 원인과 증상에서 약간씩 그 특성이 다르다.

양쪽 팔과 다리의 힘이 약해지는 척수증
목 부위에서 ‘척추관협착증’이 오는 두 가지 흔한 경우로 ‘목 디스크’(추간판탈출증 및 골극)가 여러 군데 함께 있는 경우와 ‘후종인대골화증’이 심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척추관의 앞 부위에서 척수를 어느 정도 압박하고 있으나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 본인도 모르고 지내다가 목을 과도하게 뒤로 젖히는 상황(교통사고나 뒤로 넘어지는 등)에서 황색인대가 안으로 접히며 척수를 뒤에서 압박함으로써 척수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척수증’이라 하여 양쪽 팔과 다리의 힘이 약해지는 사지마비증상이 나타난다. 다행히 일시적이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어느 정도 호전된다. 이때 치료는 2차적인 척수손상의 예방을 위하여 척추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한다. 대부분 경부척추후궁을 창문처럼 열어주는 방법을 이용한다. 최근 경부 3D CT가 발전하여 MRI 등 고가의 진단방법이 아니어도 손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2~3년 이상 후경부 동통이 지속되었으나 그동안 별도의 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에 권유하고 있다.

걸음을 오래 걷지 못하는 신경인성 파행
허리의 ‘척추관협착증’도 두 가지 예를 보면,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가 여러 군데 함께 있는 경우와 ‘전방전위증’이 있는 경우에 잘 나타난다. 흔히 허리 디스크를 매우 걱정스러운 질환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어느 정도 허리 디스크가 있지만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는 디스크는 치료할 필요성이 없다. 또한 ‘척추체전방전위증’이란 척추가 앞으로 미끄러져 밑에 있는 척추가 상대적으로 뒤로 돌출된 것과 같은 상태다. 평상시 증상이 없거나 허리의 움직임이 많은 경우 일시적인 요통이 동반된다. 마찬가지로 심각한 척추불안정증이 동반된 경우만 수술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들 두 경우 모두 척추관의 앞에서 항상 신경근들을 압박하는 상태이지만 증상이 없다.
그렇지만 꼿꼿이 허리를 펴고 걷다가 보면 척추관의 뒷부분에 있는 황색인대가 안으로 접힌다. 신경근들을 뒤에서 압박하게 되어 이미 앞에서 좁아진 신경근들을 또다시 뒤에서도 조이게 된다. 이때 위와 아래 부위가 함께 좁아진 경우에는 마치 알사탕을 포장하듯이 위와 아래로 감싸며 압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알사탕 부위에 혈류 흐름이 약해져 신경근들이 허혈상태가 되어 신경근들의 기능에 이상이 온다. 즉, 양측 하지로(간혹 편측으로도) 심하게 저리고, 힘이 약해지고, 종아리가 터져 나가듯 아프고, 엉덩이가 얼얼해 진다. 이럴 경우 쭈그리고 앉아서 쉬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다시 허리를 펴고 걸으면 얼마 안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걸음을 지속하지 못하는 상태를 ‘신경인성 파행’이라 한다. ‘꼬부랑 할머니’처럼 지팡이를 잡고 구부리고 걷거나, 마트에서 쇼핑카트에 상체를 기댄 채 걸으면 오래 걸을 수 있고, 구부린 상태로 자전거를 타면 멀리까지도 가능하다. 즉, 허리를 앞으로 굽혀서 황색인대를 펴주면 파행 증상이 없다. 그러므로 이 질환은 증상의 양상만으로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다. 요추 MRI를 시행하여 좁아진 두 부위를 찾아내어 그중 심한 곳의 황색인대만 제거해 주거나, 황색인대가 안으로 접히지 못 하도록 기구를 삽입해 주는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치유가 가능하다.

정리해 보면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발생부위에 따라 경/흉추(척수)와 요추(신경근)로 나눌 수 있다. 이로 인한 ‘척수증’의 경우는 수술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며, 조기치료를 위하여 전문의와 상담을 요한다. 또한 ‘신경인성 파행’의 경우에도 간단한 시술로써 당당하게 바른 자세로 걸을 수 있으므로 노년에서의 건강에 더 유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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