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보았다

날개 없는 천사를 보았다
아니 잘 보면 보이는 것도 같다
그들은 하늘에 속한 사람들이다

청천벽력 같은 병마에
덩그러니 혼자 병실에 놓여진 나를
오며가며 보고 또 보고
두려움에 아픔에 잠 못드는 나와
하얗게 밤을 함께 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아침 나팔꽃으로
때로는 저녁 분꽃으로 와서
나조차도 사랑할 수 없는
나의 핏물을, 진물을
아기 씻기듯 정성껏 씻기고 돌봐준다

밖의 바람은 수술실 칼날만큼 차가운데
하얀 병실이 이렇게 훈훈한 것은
훅-하고 더운 바람을 내는 온풍기 때문이 아니라
착하디 착한 저 예쁜 사람들이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던 날의
그 고결한 열정을
아직도 내 주위에 훌훌 풍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