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의료진
사람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보고 듣는 것이다.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일상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박시형 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청력을 잃어가며 점차 세상과 단절되었고, 그로 인해 우울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인공와우 수술은 그의 삶에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다시 들리는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세상과 이어지는 통로가 되었고, 잃어버렸던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게 했다. 박시형 환자는 이제 소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24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년퇴직으로 마친 박시형 씨는 개인택시를 통해 제 2의 삶을 살고자 했다. 항상 성실한 직장인이었던 만큼 박 씨는 개인택시 기사로도 성실함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제가 생겼다. 목적지를 말하는 손님과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어서 저의 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제 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지만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박 씨는 잘 못 듣는 것 같다고 지적하는 지인들에게는 환자 취급하지 말라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손님과의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언쟁과 다툼이 잦아지면서 심각성을 실감하게 됐다. 그동안 자주 찾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아 이치규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
잃어버린 청력,‘인공와우 수술’로 되찾다
이치규 교수는 여러 진료를 통해 ‘인공와우 수술’이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 진단했다. “소리를 듣는 것과 정확하게 내용을 인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환자가 전혀 소리를 못 듣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힘든 상태였습니다. 환자의 상태, 여러 여건 상 인공와우 수술이 최선일 것이라 판단했습니다”라고 이 교수는 회상했다.
인공와우 수술은 고심도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소리를 전달하는 의료기기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병원을 찾기 전 박 씨는 청각 문제로 인한 손님과 다툼 등 여러 어려움으로 개인택시마저 그만둔 상태였다. 또 아무런 취미조차 없이 사람들과 만남을 꺼리며 우울한 삶을 살아왔다. 가족뿐 아니라 이웃과 친구들과 주변인들과도 여러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많이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자신감도 없어지고 우울한 나날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고심 끝에 찾은 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이치규 교수의 인공와우 수술은 박 씨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 주었다.
청각으로 되찾은 화목한 가정 그리고 직장
인공와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였지만 정상적으로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됐다. “수술 후 처음에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 교수님의 이야기를 믿고 하루 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듣지 못하던 것들이 하나 둘 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후에도 좌절감에 빠졌던 박 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청각을 서서히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이 열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잘 들리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활기 있는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가족들과도 더 많이 대화하고 친구들, 이웃과도 이제는 아무런 불편 없이 만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무기력한 삶을 보내던 박 씨는 자신감을 되찾고 이제는 새로운 직장에 취업도 성공했다.“대기업 직원들의 출근 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정직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정말 새로운 삶을 찾은 기분입니다.” 이 교수는 “되찾은 청각으로 새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에 박 씨는 “교수님의 정확한 판단과 완벽한 수술을 통해 이처럼 활기찬 새 삶을 살게 되어 너무나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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