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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의료진

심질환 수술 최고 권위자 유경종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합류

1998년 심장 무정지 수술 국내 도입

3천 명 이상의 환자 살려



심장 무정지 수술과 같은 난치성 심장질환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유경종 교수(전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메이저 종합병원을 뒤로한 채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순천향의 정신 때문이다자신의 능력이 되는 시점까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결단이었다.





유경종 교수는 어린 시절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경상북도 의성에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했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단란한 가족에게 늘 어둠이 드리워졌다. 8살 차이의 형이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지금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편도염과 같은 작은 원인으로 시작하지만, 항생제가 없던 시절이기에 균을 잡지 못해 심장, 심장판막, 콩팥 등에 옮겨가 염증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모님과 형을 보며 유 교수는 훗날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당시는 국내 의료 수준이 낮아서 진단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형님이 앓았던 병명이류머티즘성 열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땐 병명도 모르는 채 오랜 기간 고생했습니다.”항상 병으로 힘들어하는 형을 보며 유 교수는 의사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자 마음먹었다. 그 목표는 그대로 실현됐다. 연세대학교 의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이 각광받는 시기였습니다. 나도 조금의 고민은 있었지만 결국 어린 시절의 목표와 꿈을 선택했습니다.”의대 입학 후 조금의 고민도 없이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를 선택했다. 의대에서의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해진 수업을 듣고 한 달 이상 시험 기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유 교수는 힘들다는 것 보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성취감이 더 컸다.“입시를 준비하던 고교 시절보다 더 많이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지만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의사의 자세, 환자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다


당시 의대는 매우 보수적인 곳이었다. 능력과 상관없이 지연, 혈연 등이 의사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현실과 타협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미국에서 전문의로 활동하다가 연세대세브란스병원으로 온 마취과 교수님은 유 교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당시에는 볼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심장 마취, 환자 수술 관리 등을 보며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교수의 길이 아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길을 선택하려 할 때, 저를 붙잡아 주신 분이기도 합니다.”또 다른 교수 역시 유 교수의 의사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국과 미국에서 전문의 자격증 취득한 이 교수는 환자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환자의 나이를 불문하고 매우 세심하게 상태를 살피고 세밀한 진찰과 치료를 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던 시절이었지만 의사로 환자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셨거든요. 그때부터 환자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고 의사로서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오직 환자만 보는 의사가 되자


젊은 시절 몸담았던 병원에도 많은 유능한 선배 의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유 교수의 생각과는 다른 의사의 모습도 있었다. 환자로부터 별도의 사례금을 받으며 돈을 쫓는 의사 선배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때는 환자들에게 소위 촌지라는 것을 받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병원 외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특혜를 주고 사적으로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며 환자와의 사적인 관계, 사적인 대가는 철저히 피하려 했습니다.”


한 튼실한 중소기업 사장이 유 교수를 찾아왔다. 유 교수의 수술로 건강을 되찾은 환자였다. 그는 고마움으로 유 교수에게 사적으로 금전적 사례를 하려 했다. 유 교수는 손사래를 치며 환자를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 환자는 다시 유 교수를 찾아 자신의 고마움을 전하려 했다. 이런 환자의 진심 어린 마음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던 유 교수는 환자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 그 대신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기부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그 환자는 제 제안을 받아들여 힘든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환자는 유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 기부를 시작해 총 5억 원의 금액을 환자 수술을 위해 도왔다. 유 교수는 말했다. “의사는 돈을 많은 버는 직업이 아닌, 환자를 살리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만 하는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난치성 심장질환 분야의 권위자가 되다 

수술 사망률은 0.7%, 세계적 기록 보유


병으로 고통받던 형을 향한 마음으로 의사가 되길 바랐던 유 교수는 결국 모두가 인정하는 심장 무정지 수술 등 최고의 심장질환 분야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유 교수는 심장박동을 유지한 채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는 심장 무정지 수술을 이미 1998년 캐나다 토론토 종합병원 연수 후 국내에 도입한 인물이다. 이 수술로 지금까지 3,000명 이상의 환자 생명을 구했다. 수술 사망률은 0.7%,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을 갖고 있다. 미국의 평균치 2~5%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아픈 사람들은 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사가 된 것, 그 마음으로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좀 더 발전된 기술로 효율적인 수술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 교수는 고령이나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 만성폐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심폐기를 사용하지 않는 심장 무정지 수술을 적용해 수술 후 합병증을 현저히 낮추고,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치료를 시행해 왔다. 또한 연구활동에도 매진해 왔다. 난치성 심장질환 수술과 줄기세포를 통한 심장질환 치료법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면서 얻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박동하는 심장에서 수술하는 관상동맥 우회술교과서도 저술하는 등 의학계에 기여했다.


힘이 닿은 한 단 한명의 생명도 더 살리겠다


가족을 향했던 마음은 환자에 스며들고 오직 환자를 위한 의사가 되어 존경받는 위치에 오르게 했다. 이제는 지난해 9월부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병원과 함께 할 결심을 한 이유는 순천향의 정신, 환자를 우선하는 정신이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직 메이저 병원으로 평가받지는 못하지만 제가 메이저 병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합니다. 순천향의 정신과 문화만큼은 그 어떤 메이저 병원보다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심장혈관 관련 외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자는 마음은 여전히 현역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로 남게 했다.“은퇴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제가 순천향에서 외과의사로서 함께 하는 이유는 아직 제가 환자를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더 쉬운 길, 더 많은 것을 보장받는 길을 택했을 것입니다. 순천향과 함께 병원의 발전, 환자의 생명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 합류한 유 교수는 다음 달인 9월부터 진료와 수술을 시작해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 여전히 일선에서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의사는 돈을 좇지 말고 생명을 좇아야


사실 유 교수는 많은 메이저 병원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아 왔다. 하지만 그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직 의사로서의 사명이자 역할이었다. 그런 그의 신념과 가장 부합한 병원이 바로 순천향이었다.“메이저 병원들의 경험과 능력과 설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환자를 마치 돈을 벌어주는 업장의 손님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사는 다른 직업과 달리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막중한 일입니다.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의사로서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필요한 일입니다.”


후배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과거에는 뛰어난 후배들이 의사의 사명감으로 어려운 길을 택했지만, 요즘은 너무 쉬운 길만 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는 돈을 좇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좇아야 하는 막중한 직업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 교수는 새롭게 몸담은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 대한 애정도 밝혔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제가 몸담는 동안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병원의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여전히 메이저 병원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할 것입니다. 병원으로서의 가치만큼은 순천향의 정신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신에 맞는 병원, 의사로서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려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