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아토피피부염,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
- 배유인 피부과 교수-
주변에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이 피부질환이 얼마나 삶의 질을 낮추는 힘든 질환인지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증상과 피부병변으로 외래를 찾는 환자분들 중 피부과 의사로서 특히 공감을 느끼고 도움을 아끼지 않고 싶은 환자는 바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다. 물론 다른 심한 피부질환 환자들을 보고도 안타까운 마음과 공감을 느끼지만 유독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보면 그런 마음이 더 드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유소아, 청소년, 그리고 젊은 성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인생의 가장 빛나야 하는 시기에 아토피피부염이라는 피부질환으로 마음대로 입지도, 먹지도, 놀지도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최선을 다해서 진료를 보고 싶은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아토피피부염은 다른 중증 질환에 비해 최근 수 년간 가장 비약적으로 의학적 성취가 이루어진 질환이기 때문이다. 즉, 난치성 피부질환의 대명사였던 아토피피부염이 이제는 완치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상당 부분 컨트롤이 가능한 질환이 되었기 때문에 왜 이 환자는 병원에 빨리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가 두번째 이유이다.
지금껏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치료하거나 조절하기 쉽지 않았다. 알레르기에 대한 회피요법, 보습제, 항히스타민제, 알레르겐 면역요법, 광선치료 등의 각종 치료가 주로 이루어졌고 부분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기는 하지만 질병을 ‘상당히 조절’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이 현실이다. 피부 장벽의 구조와 기능, 알레르기원에 대한 감작, 선천면역계의 이상, 적응 면역계의 과발현, 피부미생물, 가려움증 조절 중추 등등 소위 손보아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심한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는 우선적으로 ‘스테로이드’로 대표되는 면역억제제나 면역조절제를 사용하여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는 치료가 최선이었던 시기도 있었다.
2010년대 후반 들어와서 ‘표적치료제’ 라 불리는 악제들이 새로이 등장을 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크게 아토피피부염의 과발현된 면역체계 내의 특정 염증물질에 달라붙어 작용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 와 염증세포 내부에서 염증신호의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JAK억제제’로 나뉜다. 이들 새로 등장한 약제들은 아토피피부염의 증상 개선과 병변 호전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 외에도 기존의 스테로이드나 다른 면역조절제들에 비해 훨씬 안전성이 높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이들 약제들은 길게는 5년 이상의 장기 효과나 안전성 연구 결과가 나와 있어 심한 아토피피부염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로 처방도 가능하다.
진료현장에서 약제를 환자와 상담하다 보면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이런 약제 치료에 큰 거부감이 없고 그간의 치료와 다른 새로운 약제에 대한 기대감도 많아 보인다. 반면 나이가 어린 환자일수록 기존의 치료에 계속 의존하거나 민간요법 등 대안치료를 찾는 경우를 보게 되고, 심지어는 몇 년 지나면 알아서 나을 테니 지금은 좀 참게 놔두자는 부모님도 종종 본다.
물론 불과 2-3세도 안 된 영유아에게 새로운 약제를 장기간 투여하는 것에 대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의 우려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앞서 소개한 새로운 약제들은 개발된 지 고작 10년도 지나지 않았고 아직 그 효과와 안전성이 완벽히 검증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토피피부염을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해야 하는 근거와 이점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 아토피피부염을 앓던 환자들의 상당수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많이 호전되는 경과를 밟는다. 이는 영유아기 아토피피부염이 경증이었던 경우에는 대부분 들어맞는다. 하지만 영유아기에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피부염을 앓았던 아이들은 청소년기와 성인기가 되어도 여전히 심한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아토피피부염은 호전되더라도 정작 ‘아토피 체질 (atopic diathesis)’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식품 알레르기,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과 같은 다른 아토피 질환을 앓게 될 확률도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은 임상 코스를 하나하나 겪는 것을 아토피 행진 (atopic march)라 부른다.
그림 1. 전체 소아청소년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비율
그림 2. 아토피피부염의 중증도에 따른 만성 전신 질환의 유병률 비교
출처: Allergy Asthma Immunol Res 2024 May;16(3):300-307
최근에는 아토피피부염을 어렸을 때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아토피피부염 자체뿐만 아니라 다른 아토피 질환이 발생하는 것에도 예방효과를 줄 수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즉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점점 증폭되는 이 아토피 행진의 초기 관문인 아토피피부염을 잘 조절하고 면역학적 안정 상태를 유지시키면 다양한 후속 이벤트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전체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비율은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아토피피부염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만성 전신 질환의 유병률 역시 높다는 보고가 있다. 질병의 활성도 조절과 합병증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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