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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사랑, 진료실에서 조차 불편한 성병이야기

안전한 사랑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1] 진료실에서 조차 불편한 성병이야기

사람들은 자신의 “이불 속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성병이란 피부와 생식기에만 집중된 은밀한 문제이고, 한두 번 경험했던 사람들은 의사에게 들어내지 않고도 잘 치료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의사는 단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과 사생활을 털어놓은 것이 불편하다. 과연 성병의 화두를 꺼내는 의사는 환자의 치료와 질병전파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혹시는 뜬금없이 이 병원은 왜 이리도 불친절하고 의사는 실력이 없느냐는 등 다른 민원을 접하게 되지는 않을까?

[2] 성병 = 보건의 난제

그러나 성병은 무증상 감염까지 포함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흔한 감염병이다. 성병은 단순히 생식기의 병이 아니라 간염, AIDS, 뇌 매독, 자궁경부암과 같이 전신적인 병이기도 하다. 특히 HIV/AIDS, 자궁경부암은 방치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성병은 나와 무관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는 보험료와 지방세가 이러한 병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병과 무관한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 일부 성병은 불임과도 연관이 있어서 국가의 인구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도 과연 난제다. 어쩌다가 찾아오는 감염병의 대유행과 달리 성병은 사람의 행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병은 모르게 전파될 수 있고 얼마나 흔한지 현황을 파악하는 것 조차가 어렵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몇 살부터 접종을 해야 하는가를 정하기 위해서 미국은 여학생들의 평균적인 성관계를 시작하는 나이가 언제인가를 국가의 연구비를 들여서까지 조사했다고 한다. 개인의 인권보호 문제로 폐지되기 전까지 과거 권위적인 정권에서는 상업적인 성관계를 하는 여성들에게 의무적인 성병검진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개인들의 질병예방에 대한 책임이 더 요구된다.

[3] 잘못된 주홍글씨 지우기

성병하면 사람들은 육체적인 쾌락을 절제하지 못하는 무분별한 사람들, 몸에 이상하고 괴기한 문신이나 장식을 하고 다니는 특별한 취향을 가진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심지어 성병은 “타락한 인류”에게 내려진 공정한 신의 형벌이나 재앙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수년간 HIV/AIDS와 감염병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주장이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성관계를 하는 사람도 콘돔만 잘 쓰면 절대로 걸리지 않는 것이 HIV이고 반면 다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도 “안전하지 않게 사랑(콘돔을 안 쓰는 등)”을 하거나, 혹은 주사 오남용을 통해서도 감염병의 피해자가 된다. 그리고 어느덧 AIDS는 다른 만성질환과 다를 바 없이 성공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성병이 인류에 대한 공정한 형벌일 리는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똑바로 본다면 AIDS는 가난과 문맹이 있는 지역의 병이기도 하다. 사하라남부 아프리카는 우리와 달리 남성-남성간의 전파 보다는 남녀간의 전파가 압도적으로 많고 일부다처제라는 사회문화경제적인 관습과 관련이 많다. 과연 우리나라에 HIV가 아프리카만큼 창궐하지 않은 이유가 우리나라의 일부일처제 남성이 아프리카의 일부다처제 남성보다 더 도덕적이기 때문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바로 보지 못하면 올바른 해법을 찾지 못하는 법이다.

[4] 안전한 사랑 = 완전한 사랑

HIV나 매독 외에도 사람유두종바이러스, 사람단순포진바이러스, 사람카포시육종바이러스 등 수 많은 바이러스들은 흔적도 없이 성관계에 의해서 감염이 된다. 병을 통제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딱 한가지다. 가급적이면 배우자 외에 사람과 성관계를 하지 않고 평생 관계하는 대상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또한 성관계를 청소년기에 너무 일찍 시작하지 않도록 하여 바이러스감염에 의한 암 발병의 기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파트너 외에 성관계를 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쓰는 것이다. 왜냐면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성관계를 할수록 바이러스 유전자가 잠복상태로 편입되어 미래의 면역저하질환이나 암이 된다. 미국의 가장 최근의 AIDS 보건의 관심사는 숨어있는 초기감염자를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라고 한다. 특별한 사회적 “주홍글씨”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HIV검사가 좀더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병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과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