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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 심하지 않으면 연골봉합수술

"교수님, 도가니 살려줘 고마워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형외과 김용범



“도가니 아시죠? 도가니탕에 들어 있는 그 도가니요. 환자분 도가니가 찢어졌어요.”

도가니는 소의 무릎뼈와 그 주변 연골과 인대, 힘줄 등을 이르는 부위로 사람의 무릎을 속되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기운이 없거나 속이 허할 때 뜨끈한 도가니탕을 시켜서 도가니는 간장 찍어서 먹고 국물에 흰 밥을 말아서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여느 보양 음식 못지 않은 기운이 생긴다. 또 도가니탕을 먹으면 도가니가 좋아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겨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이 많이 드시는 음식이기도 하다. 진료를 하다가 무릎의 연골 중의 하나인 반월상 연골이 손상된 환자에게 설명할 때 이해를 잘 못하거나, 연세가 많은 환자분들에게는 도가니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면 대화가 쉽게 이어질 때가 많다.

무릎 관절에는 크게 두 종류의 연골이 있다. 반월상 연골과 관절연골이다. 반월상 연골은 반달 모양의 연골이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초승달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다. 반월상 연골은 체중을 전달하고 외력을 분산시켜 주며, 관절연골을 보호하고, 윤활 기능을 하는 등 관절의 안정성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구조물이다. 관절연골은 무릎 관절 위아래에 뼈를 덮고 있는 연골로 보다 복잡한 기전이기는 하지만 단순화 시켜 말해 관절 연골이 손상되고 닳게 되면 뼈가 노출이 되고 이를 퇴행성 관절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관절의 연골은 손상이 되면 비슷한 종류의 연골로 대체하거나 자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으나 원래의 연골로 회복시켜주는 약이나 수술을 없다. 따라서 심한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서는 연골을 대체하거나 자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한다. 인공관절은 최근 재료와 기술의 발달로 수술 후 기능과 예후가 매우 좋아 많은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건강했던 과거의 내 무릎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고 약간의 이물감이나 제약은 있다. 따라서 심한 퇴행성 관절염이 아닌 연골 손상 환자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이 아닌 본인의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는 치료들이 개발되고 시행되고 있다.

2년 전에 60대의 여자 환자분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외래로 오셨다. 이미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았고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권유 받은 상태였다. 환자분은 가지고 온 자료를 보여 주시며 “나 진짜로 무릎을 잘라서 관절을 갈아야 해요? 뼈를 막 잘라야 해요? 나 무서운데, 뼈 자르기 싫은데.” 라며 흡사 소의 눈처럼 큰 눈망울을 끔벅이셨다.

환자분의 방사선 사진과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확인하니 반월상연골 파열과 함께 관절 연골 손상이 있는 퇴행성 관절염 이었다. 하지만 관절연골의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고, 반월상 연골 파열이 봉합이 가능한 상태로 관절경을 이용해서 파열된 반월상 연골을 봉합해서 고정해 준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다.

“환자분, 많이 무서우세요? 그러면 뼈 자르지 말고, 카메라로 관절 보면서 환자분 도가니를 꿰매드릴게요.” 환자분께는 인공관절 수술이 아닌 관절경이라고 하는 관절을 볼 수 있는 내시경을 이용한 연골 봉합 수술을 권해드렸고 환자분은 뼈를 자르지 않고 도가니를 살릴 수 있다며 기뻐하며 수술에 동의하였다.

며칠 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수술 후 6주간 착용했던 보조기를 풀면서 수영이나 자전거 같은 관절에 좋은 운동을 열심히 하시라는 교육과 함께 환자의 치료를 마무리 하였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인근의 수영장을 갔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 인사를 하였다. 처음엔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 우물쭈물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더니 물안경과 수영모자를 벗고 웃으시는데 2년전 수술 했던 그 환자분이었다. 도가니 살려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살려준 도가니 오래 쓰기 위해 수영 열심히 한다며 자랑도 하셨다. 자신의 도가니가 담긴 이 수영장은 도가니 탕이라며 크게 웃으셨다.

배만 나와 볼품없는 수영복 차림 때문인지 환자분의 아재 개그 때문인지 약간은 민망했지만 따뜻했던 웃음의 도가니 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