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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의료진

자궁 살리는 수술로 '어머니' 이름 지키는 김정식 교수

김정식 산부인과 교수가 지킨 소중한 이름, ‘어머니’
젊은 여성에서 자궁경부암의 근치적 제거로 새로운 여성의 삶을 선물하다

어머니.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동시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세 글자가 아닐까? 혹자는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여성으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희생의 또 다른 이름인 어머니란 단어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김정식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지킨 어머니의 이름, 그 소중한 가치를 되짚어본다.

하상원

10시간 수술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는 자부심’

지난 10월 중순, 32세 여성 환자가 김정식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은 이00 환자였다. 김 교수가 재차 관련 검사를 진행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 수술을 기본으로 한 치료가 진행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자궁경부암 수술은 나팔관을 포함한 자궁 전체를 적출하게 된다”라며 “하지만 환자의 경우 아직 미혼인 여성이었기에 오랜 고민 끝에 ‘가임력(임신이 가능한 몸 상태)’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맞추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선택한 방법은 ‘자궁의 몸체와 주위의 신경 및 혈관을 보존하면서 자궁경부의 근치적 제거 수술’이었다. 쉽게 말해 자궁 입구에 해당하는 경부의 병변(암)만을 제거함으로써 자궁의 기능을 고스란히 살리고자 한 것이다. 향후 혼인 및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그녀가 앞으로 살아갈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을 지켜주기 위함이다.

김 교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누릴 권리가 있는 행복을 빼앗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며 “물론 수술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진의 수고로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은 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강경 로봇 수술로 진행된 해당 수술은 수혈도 없이 무려 10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병변이 생긴 자궁경부의 절제는 물론 소변 기능을 비롯한 각종 신경을 살리는 일은 매우 섬세하고 세밀한 기술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김 교수는 “이번 수술의 핵심은 크게 ▲가임력 유지 ▲신경 보존 등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라며 “여성으로서의 삶을 누림과 동시에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다 오랜 시간과 세심한 수술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꼬박 10시간 이상 수술 시야에 집중하면서, 로봇 수술 도구를 사용해 가느다란 신경을 피해가며, 병변만을 제거해야 하는 수술은 상상조차 쉬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찔하다. 대부분의 자궁경부암 제거수술 시 출혈이 많으며, 신경이 손상되면 방광 기능이 저하되기에 수술의 난이도가 높다. 특히 이번 수술은 산부인과 수술 중 가장 어려운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 모든 난제를 차치하고 환자를 위해 어려운 수술 방식을 선택했다. 환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여성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만난 환자의 환한 미소와 기쁨의 눈물은 그의 결정이 절절히 옳았음을 증명해줬다.


여성에게만 허락된 행복 지킬 것
청첩장 든 새 신부 방문 기대해

앞서 언급한 대로 자궁경부암의 수술 방식은 대체로 전체 자궁 적출을 기본으로 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김 교수와 같이 신경을 보존하면서 복강경으로 근치적 제거 수술을 시행하는 전문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것이 현실이다. 물론 재발방지와 같은 의학적인 이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수십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신의 여성성을 잃는다는 건 차라리 죽음보다 잔인한 일일 터다.

김 교수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오직 여성에게만 허락된 행복이다”라며 “그들에게서 여성의 상징을 빼앗는 결정은 최후의 최후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얇디얇은 신경을 피해가며 10시간이 훌쩍 넘는 수술시간을 오롯이 견디는 이유는 환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김 교수의 평소 의료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아직 여성으로서 마땅히 체감해야 할 행복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산부인과 부인종양 전문의로서의 사명이자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17년 동안 수많은 환자들에게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선물해왔다는 사실에 더없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며 “그런데 이상하게 아직까지 한 명도 결혼했다는 소식을 못 들었는데, 그게 못내 서운하고 아쉽다”라고 너스레를 떨어보였다.

청첩장을 들고 오는 곱디고운 새 색시와 신랑의 방문을 기다린다는 김 교수의 순박한 소망은 의사이기 이전에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환자의 입장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김 교수가 살린 것은 비단 한 사람의 생명만이 아니다. 그가 여성이란 이름으로 살아갈 미래를 함께 할 남편과 아이들이란 동반자까지 지켜낸 것이다.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는 김 교수의 기분 좋은 고집이 더없이 든든하게 다가온다.